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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나의 서른(조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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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rim 2023. 4. 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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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채워져 가는 '나'를 만날 시간

 

 

 서른 즈음,

변화의 시점에 놓인 여자들이 한 번쯤 겪게 되는 일상의 고민과 변화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 에세이.

 

 

 

제1장 YOUTH. 나 아직 ‘청춘’일까?

 

입버릇

아무렇지 않게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빗질도 안 한 부스스한 머리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

문 밖을 나서는 나를 느낀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동네 슈퍼를 갈 때에도 비비크림은 바르고 나가는 게 예의라 생각했는데
이젠 맨얼굴도 뻔뻔해지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요즘 나도 모르게

예전에는, 우리 때는, 나이가 드니까...

이런 말들이 입버릇처럼 붙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그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내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이모 말고 누나

 

 

 

대체 서른이 뭘까

서른?  뭐 별거 없어 남들이 서른, 서른 하길래 그게 뭔가 했는데

막상 서른 살의 한 해를 보내고 나니까

스물아홉이나 서른이나 다를 게 뭔가 싶다

 

우리는 둥근 원을 따라 계속 달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이 끝난 때까지 그 원을 따라 달려야 하는데

서른이란 나이는 그 원의 첫 시작점 정도인 것 같다.

한 바퀴를 돌아서 처음 섰던 자리에 왔고

어떻게 왔나, 이제 한번 돌아봤으니 어떻게 더 잘 돌아볼까 생각하는 자리.

그게 서른 인 것 같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아도 괜찮으니

늘 사철나무처럼 푸르고 싶어.

 

 

 

 

 

 

 

 

 

 

제2장 LOVE. 다시 사랑이 올까?

 

시큰둥세포
불금인데 뭐 하냐는 질문에
이제는 군이 약속이 있는 척 둘러대지도 않는다.
빨리 집에 가서 가장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피자와 맥주를 놓고는 티브이 앞에 앉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렇게 해서 연애는 어떻게 하니?
연애? 글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뇌세포가 조금씩 파괴된다고 하는데
나의 연애세포도 함께 사라지고 있나 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시큰둥세포가 자라나고 있다.
시큰둥 세포는 스무 살의 연애세포만큼 강력한 것이어서
한번 증식하기 시작하면 한 인간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그 증상은 다음과 같다.
귀찮아.
피곤해.
위의 두 가지 말을 내뱉는 빈도가 잦아졌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의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연애에 보통은 없기 때문이다.

 

 

 

 

제3장 WORK. 낭만적 밥벌이는 환상일까?

 

 

P, 79

 

 

 

 

예전 같지 않아

아침부터 작업 미팅이 있어서 부랴 부랴 준비를 하고

구두에 발을 넣으려는데,
순간 멈칫했다.

 

힐을 신을까. 운동화를 신을까.

그래도 미팅인데 힐을 신어야 하지 않을까.

웃을 깔끔하게 잘 입었으니 운동화도 괜찮을 거야.

 

20대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이힐만은 포기하지 못했는데
서른이 넘어가면서 이제 하이힐 정도는 쉽게 포기가 된다.
30대가 되면서 변하는 건
정신적인 것보다 체력적인 게 먼저인 것 같다.

 

 

 

 

 


제4장 HAPPY.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P,132

 

 

 

하늘 내려다보기

하늘 올려다보기 말고,
하늘 내려다보기.
가끔은 내가 있는 세상을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아주 더 가끔은
내가 있는 세상을 굽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나는 괜찮아

 

 

   

                           

 

 

천 원 사주하고 천만 원어치 소원 빌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은 거겠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

 

 

 

 

 

 

 

 

 

 

제5장 TRAVEL. 다시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있을까?

 

 

그래, 여긴 로마다.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정열직인 8월의 로마.
길었던 사랑인 만큼 가장 아픈 사랑이기도 할 그 시간을
가장 강렬하게 태울 수 있는 곳
누구에게 무슨 사연이 있든
여기에 있는 순간만은 모두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태양이 가까이 내려와 있는 곳
그래서 가장 뜨거운 심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
울고 있는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녀가 다시 현실로 돌아갈 때쯤엔
많은 게 변하지 않아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채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펠탑

앞으로의 삶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이면서도 불행한 일이야.

결말을 아는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왜 하필 파리였을까.
파리엔 스무 살의 나와 그가 있었다.
나는 그때의 내가 보고 싶었다.
열세 시간을 날아온 파리의 낡은 호텔 창가로 보이는
반짝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간신히 이유를 찾았다.

 

 

 

 

 

제6장 LIFE. 별일 없이 살고 싶어

 

 

 

개굴개굴

 

 

 

 

흘려보내기

어른이 되어가며 능숙해지는 건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는 일인 것 같다.

분노도

슬픔도

고통도

심지어 즐거움까지도

그냥 내버려 두면 흘러가기 마련이다.

 

 

 

 

안녕, 나의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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