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도서관여행자
도서관에서 삶을 읽고 삶에서 도서관을 읽는 여행자. 도서관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도서관 활동가. 카드목록함이 있던 아날로그 시대 도서관을 경험한 운 좋은 세대다. 숙명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 정보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여러 기업에서 IT 개발자로 일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 현재는 사서가 부러워하는 도서관 이용자다. 친환경 북 아티스트를 목표로 인생 삼모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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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출처 저자 소개
고양이가 있는 그림책도 좀 보고 싶어요.
도서관에서 고양이들은 왜 같이 있을 수 없는가. 도서관에 왜 '고양이 서가'가 없는가. 고양이 책은 고양이 서가에! 이 간단한 분류법을 왜 사용하지 않는 걸까.
요즘은 장르별로 배치하거나 문고본처럼 판형과 책 꼴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등 탈(脫) 듀이를 한지 오래다.
도서 십진분류법을 만든 멜빌 듀이는 도서관사에 남긴 업적이 있더라도, 멜빌 듀이가 '위대한 도서관 사상가'나 '현대 사서직의 아버지'라고 칭송받아서는 안된다. 성범죄자와 인종차별주의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별칭이다.
19세기의 도서분류법이 사라지고, 로봇 사서보조가 실시간으로 도서위치를 추척하고, 고양이는 고양이끼리 개는 개끼리 모여 있는 주제별 서가에 책이 크기별로 가지런히 꽂혀있는, 그런 도서관을 꿈꿔본다.
나는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독가는 아니다. 책 보다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도서관 애호가다. 정신없이 이용자를 응대하다 보면 책수레를 쳐다볼 여유가 없었다. 누구보다 도서관 장서를 읽는 사람은 이용자다. 이용자의 취향과 질문이 사서의 길잡이가 된다. 그러니 더 잦은 방문으로 사서의 길을 넓혀주시길.
깨끗한 신간도서를 마주하는 기쁨과 더러운 훼손 도서를 폐기하는 고통이 교차하는 도서관에서 공공재를 부주의하게 다루는 이용자들을 원망한 적이 많았다. 지구로부터 빌린 자원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돌려주기 위해 도서관이 나섰다. 사서들이 앞장섰다. 늦었지만 반갑다.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 모두 빌린 책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반납합시다!
장서의 '보존'보다 '이용'에 무게를 두는 공공도서관에에서는 입고된 책의 수만큼 서가에 꽂혀있는 책을 처분해야한다. 게다가 이용자 중심의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서가를 푹소하고 장서를 덜어 내는 도서관도 느는 추세다. 장서폐기는 '무엇을 버릴지'가 아니라 '무엇을 간직할지 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버릴 책의 목록을 정하기 전에 곁에 두고 싶은 책의 목록부터 쓰면 될 일이다. 지금 장서의 괴로움을 느낀다면 장서폐기를 해보시길, 꽃을 심기 전에 잡초를 먼지 뽑고 심을 자리를 마련하듯 말이다. 크든 작든 당신의 도서관을 가꾸는 사서는 바로 당신이다. 이 말은 사실 나에게 하는 말이다.
도서관에도 소외된 책들이 있다. 아주많다. 사람들은 잘 알려진 책을 읽길원한다. 공공도서관에서도 파레토 법칩(2대 8법칙)이 나타났다. 인기도서 20%가 대출량의 80%를 차지한다. 대중을 섬기는 공공도서관은 이용자의 독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인기 도서를 우선 구매한다. 수장 공간이 부족한 작은 독립된 도서관은 여러 도서관이협업으로 장서를 개발하고 상호 대차 서비스를 신속하고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내 도서관들의 장서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도서관은 소외된 책들을 독자에게 연결해준다. 사서는 존재감 없는 책을 어루만지며 외친다. 당신이 놓쳤을 지도 모르는 좋은 책이 여기 있다고.
도서관은 책이 가득한 건물 이상이며, 책은 말로 가득 찬 페이지 이상입니다.
도서관, 책, 말, 생각을 지지하며.
- 스코틀랜드 익명의 조각가 -
어린시절 도서관, 갤러리, 박물과과 같은 장소를 자유롭게 거닐었던 책 조각가가 영국 시민과 정부에 던지는 말이었다. 영국 도서관은 재정 어려움을 겪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사서들이 일자리를 읽고 공공도서관의 수백 곳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지탱하는 기둥은 이용자다. 도서관, 책, 말, 생각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공동체다.미국 도서관에서는 이용자를 '유저'(user)가 아니라 후원자라는 뜻의 '패트런(patron) 이라고 부른다. 이 용어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회원'(member)이나 '고객'(eustomer)으로 대체하자는 도서관계의 제안과 논의도 있었다. '회원과 '고객'은 배타성과 상업성의 뉘앙스가 풍기는 단어 같아서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이용자'를 '후원자'라고 부르는 도서관관행이 전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도서관은 역사 속에서 지배층의 관심과 시민의 후원에 따라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며 진화해왔다. 지혜로운 인간들은 도서관을 건립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은 도서관을 파괴한다. 정책결정자의 의식 부족은 필연적으로 도서관의 쇠퇴를 가져온다. 하지만 공동체의 무관심과 무지원은 도서관의 소멸을 불러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할 고대 도서관과 현대 도서관의 평행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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