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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책리뷰

by ahrim 2023. 5. 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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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교수를 꿈꾸며 메마른 심장의 상징 공대생들과 함께 시를 읽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정재찬 교수는 때로는 지나간 유행가를 흥얼거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추억이 된 영화를 보고, 때로는 어떤 말보다 가슴을 후비는 욕 한 마디를 시 구절에 덧붙이면서 우리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현대시들을 학생들과 함께 읽었다. 그렇게 낡은 교과서 속 시 지문은 공대생마저 눈물짓게 할 가슴을 적시는 불후의 명시로 되살아났다. 한 번쯤 그렁그렁 가슴에 고인 그리움이 왈칵 쏟아지는 그 순간, 시는 찾아오고, 청춘은 다시 시작된다. 기쁜 우리 젊은 날 좌절한 그대여, 지금은 바로 진짜 시를 만날 시간이다. -책소개

 

 

 

이 책은 12가지 주제마다  시, 광고문구, 노래가사 등을 수록하여 엮은 소설입니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이 책에서 인상적이게 보았던 것들이 생각이나 소개해봅니다.

 

 


PART 8 아버지이름으로

 

P.190,191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내 안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에서 벗어나려 한 것도,
끝내 아버지를 닮고 마는 것도 다 아버지의 그늘 탓이다.
p.192

 

 

p.194

 

 제목은 '부모'로 되어 있지만 '어머님'만 등장하고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소월이 부모 되어 그 마음을 알아보겠다면 의당 아버지가 등장해야 옮을 텐데 말이다. 시의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아마도 '나'는 어머니로부터 출생의 비화를 듣고 있거나, 뭔가 들기 께름칙한, 어쩌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지 싶은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하다.  그렇다면 "묻지도 말아라"는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소월 김정식의 아버지 김성도는 소월이 두 살 때 철도를 부설하던 일본인 목도꾼들에게 몰매를 맞았고 이로 인해 정신 이상을 일으켜 평생을 실성한 사람으로 지냈다. 어린 소월은 할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그는 엄격했을 것이다. 기우는 집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더욱 그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뿐이라? 남편을 대신할 자식, 소월에 대한 어머니의 사람과 의지는 맹목에 가까웠으리라. 그러니 소월은 어느 정상적 환경의 아이들보다 더 정상적으로 실아가야 할 강박이 있었으리라 추측해도 크게 무리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 배워 소월이 안 것은 '포기'다.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대로  살던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 운명의 승인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래도 그에게는 현실변화, 상황 극복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는 운명이 욕망보다 선행한다. 소월인들 문학과 낭만과 연애와 자유를 꿈꾸지 않았을런가. 하지만 그는 과감히 그쪽을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 아마도 생활과 생계에 대한 중암감이 어릴 적부터 소월을 지배했을 것이다. 하여, 빼앗긴 유년, 빼앗긴 자신의 삶, 그것이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치달아야 마땅할 터인데도, 그는 짧은 생애에 당대 그 어느 시인보다 다작을 하면서도 손에서 생업을 놓은 적이 없다. 

이제 왜 소월의 시 <부모>에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없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라?"가 '알아보리라가 아닌 이유도, 아니 알아보더라도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보리라는 사연으로 읽히는 이유도, 심지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고 노래할 때 그 속에 아버지는 없었던 이유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정말 열심히 살고자 했던 소월. 그러나 그의 생은 너무 힘들었다. 부모가 되었으면 부모 마음 알 법한 사람이 그래서는 아니 될 터인데, 특별히 자기 자식들만은 자기 같은 상처가 없도록 훌륭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 했을 터인데, 오죽하면 여섯이나 되는 그새파란 자식들을 뇌 두고 스스로 생을 접었겠는가. 이것은 슬픈 아이러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 자라난 자신도 한이면서 자기 자식들에게 자살한 아비를 두게 한 셈이니 그 한이 오죽하랴. 자식들을 눈앞에 두고 과연 눈이 제대로 감겼겠는가. 김소월의 한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립다 말을 할까, 그럼 하지, 그냥 갈까, 그럼 가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되돌아선다. 어릴 적부터 듣고 배운 것이 그런 것이기에 김소월 시의 화자들은 하나같이 우리를 슬프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속상하게 만든다. '한'이란 이처럼 복합적인, 그래서 다른 언어로 번역이 되지 않는 감정이다. 그러니 소월의 한을 집단적 전통이나 식민지 민중의 심정과 기계적으로 결부 짓곤 하는 상투적인 해석과 이젠 결별하자. 그 의 한은 사무치게 개인적이다. 그것은 또한 관념이 아니다. 시에 담긴 그의 처절한 삶, 그 한의 질과 농도에 유념해 귀를 기울여 보라. 아버지'는 아버지이되, '부모'가 될 수 없었던 이를 아버지로 두었던 소월의 상처를 아프게 바라봐 주고, 시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신음을 공감하며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시인에게 면저 베풀어야 할 도리가 아닐까? 그런 연후에 그에게 '민족 시인'이라는 윌계관을 씌위 드리자. 부父를 상실한 그의 한이 국가라는 어버이를 잃은 우리 민족의 한과 봉하였으니, 그리하여 한 개인의 애틋하고 가슴 아픈 정한이 우리의 집단적 정서로서 한과 긴밀히 연결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니. 아무래도 순서가 이렇게 되어야 소월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리라. p191~ 202

 

 시에는 짧지만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이 메마른 우리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이 책은 시를 잊어 메마른  삶에 작은 위로를 줍니다.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시에 대해 알려주며 누구든 시를 누리고 즐기게 하려는 정재찬 님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김소월 시인의 '부모'를 가사 삼아 많은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는데요. 저는 그중 양희은 님의 '부모'를 좋아합니다. 양희은 님의 음색이 시와 잘 어울려 심금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시와 함께하는 하루 어떠실까요?

 

 

 
시를 잊은 그대에게(리커버)
교사는 마치 제사장처럼 경전을 대하듯이 주석을 덧붙이며 시를 읽고, 학생들은 그 주석을 열심히 받아 적고 암송하며 시의 낭만과 아름다음과 진실들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저자 정재찬 교수는 이러한 문학 교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양 강좌 ‘문화혼융의 시 읽기’를 개설했다. 정재찬 교수가 개설한 강좌에는 공대, 의대, 법대 등, 시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 정재찬 교수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에세이다. 저자는 각종 스펙 쌓기와 취업에 몰두하느라 마음마저 가난해져 버린 학생들에게 이 책을 통해 시를 읽는 즐거움을 오롯이 돌려주고자 했다. 친숙한 46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평론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여 문학으로부터 독자를 소외시키고 마는 현 문학교육의 엄숙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마치 축제를 즐기듯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일러주며 문학작품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진실로 좋아하는 시 한 작품이 있어야 스스로 작품을 찾아 읽고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
정재찬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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